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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American Crime (2007)


An American Crime (2007)
감독: 토미 오헤이버 (Tommy O’Haver)

이 영화는 집단 이지메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군중심리가 얼마나 섬뜩하고 잔인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합니다. 비록 이지메의 한 형태를 다루고 있지만, 마이클 하네케 감독의 *퍼니 게임 (Funny Games)*에서처럼 피해자가 너무나 허망하고 비참하게, 불가항력적인 상황 속에서 일방적으로 폭력을 당해야만 했던 절망적인 심정까지는 전달되지 않습니다. 다만, 피해자인 실비아 자매의 일련의 행동들 속에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왜 그들은 폭력에 그렇게까지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매주 출석하는 교회의 목사도 있었고, 경찰이라는 공권력도 존재했음에도 말입니다. 이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혹시 가해자의 일방적인 폭력 속에서도 피해자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감독의 연출 스타일 또한 개인적으로는 크게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극의 긴장이 정점에 다다를 때쯤이면 어김없이 법정 장면으로 흐름을 끊어버리면서 몰입을 방해합니다. 또한, 연출력의 문제인지 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전체적으로 부자연스럽고 평면적으로 느껴져 극의 집중력을 떨어뜨립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가녀린 엘렌 페이지를 캐스팅한 것은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연약한 소녀에게 가해지는 일방적인 폭력은 관객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심정적인 동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 테니까요.

신경질적이고 병적인 캐릭터인 거트루드 부인 역을 맡은 캐서린 키너의 연기는 영화의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이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그에 대한 가책으로 실비아를 감싸는 장면이나 법정에서의 증언 장면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캐릭터 자체가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물론, 그리 쉬운 역할은 아니었기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과 악'의 대결 구도를 그리면서 결국 선이 승리하는 단순한 플롯은 아닙니다. 하지만 극의 후반부에서 감독이 가해자들의 결말을 하나하나 정리해주는 친절한 연출 덕분에 관객들은 어느 정도 후련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었을 것입니다.

크리스천으로서 실비아의 마지막 독백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빌 목사님이 그러셨다. 인간은 어느 상황 속에 처하더라도, 하나님의 계획하심 속에 있다. 나는 여전히 그 계획이 무엇인지를 찾고 있다."

덧붙이자면, 실비아를 연기한 엘렌 페이지를 보면서 문득 배우 실비아 크리스텔의 어린 시절도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An American Crime (2007)
Director: Tommy O’Haver

This film presents a classic case of group bullying, illustrating just how terrifying and brutal mob psychology can be. While it certainly depicts bullying, it does not quite reach the level of despair and helplessness felt in Michael Haneke’s Funny Games, where the victims are subjected to relentless, inescapable violence. However, one aspect of the film that I found difficult to understand was the passive response of the victim, Sylvia, and her sister. Why were they so reluctant to fight back? They had a church pastor they saw every Sunday, and the police force existed as a form of public authority. It is incomprehensible. Would it be an excessive leap to suggest that, in some cases, victims of unilateral violence may bear some degree of responsibility for their suffering?

The director’s style of storytelling was also not particularly to my taste. Just as the film’s tension reaches its peak, the narrative is abruptly interrupted by courtroom scenes, breaking the flow. Additionally, whether due to directorial choices or other reasons, the supporting actors’ performances felt detached and lackluster, making it difficult to stay immersed in the film. However, if the goal was to maximize the impact of the victim’s suffering, casting the fragile-looking Ellen Page was a successful decision. From the audience’s perspective, witnessing such relentless abuse inflicted upon a delicate young girl naturally evokes deep sympathy.

Catherine Keener’s portrayal of the neurotic and disturbed Gertrude was convincing from the beginning up to the middle of the film. However, as the story progressed toward the climax—when Gertrude realizes her misunderstanding and experiences guilt—the way she consoles Sylvia and later testifies in court felt somewhat stagnant, as though the character had fallen into a pattern of monotony. Nevertheless, it was by no means an easy role to play.

Unlike typical American films that follow the classic "good versus evil" structure, where good ultimately prevails, An American Crime does not adhere to such a predictable plotline. That being said, the director’s deliberate effort to neatly conclude the fates of the perpetrators in the latter half of the film likely provided audiences with a sense of closure as they left the theater.

As a Christian, Sylvia’s final monologue left a strong impression on me:
"Pastor Bill said that no matter what situation a person is in, they are always within God’s plan. I am still searching for what that plan is."

One final thought: as I watched Ellen Page in the role of Sylvia, I couldn’t help but think that this must have been what actress Sylvia Kristel looked like in her younger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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