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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y 31, 2019 (Whether by choice or by force. Whether innate or acquired)


패왕별희(1992)
첸 카이거

자의든, 타의든.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이거나.


첸 카이거 감독의 영화 '패왕별희' 를 아십니까? 여기서 ‘패왕’은 초나라의 왕 항우를 의미하며, 그의 금지옥엽 같은 연인, 절세미인은 바로 우희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꼈지만, 결국 한나라 군대에 포위당하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항우는 우희를 먼저 피신시키려 하지만, 우희는 차라리 자결을 선택하고 맙니다. 그렇게 ‘패왕’(항우)이 ‘우희’와 이별하게 되어 '패왕별희(覇王別姬)' 라는 제목이 붙은 것이지요.
한나라 군대는 초나라 군사들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를 불러 사기를 꺾는 전략을 사용했고, 결국 지리한 전쟁 끝에 초나라 군사들은 완전히 의지를 잃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전쟁이고 뭐고, 그들은 집에 가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이렇게 초나라 군대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무너진 상황을 두고 '사면초가(四面楚歌)' 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각설하고.

자의든, 타의든. 동성애자가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하는 과정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스스로 ‘저, 여깃어요’ 라고 선언하는 자의적 커밍아웃이고, 다른 하나는 ‘너, 여깃구나’ 하고 남들이 먼저 규정하는 타의적 아우팅입니다.
어쨌든 타의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실제로 그런 성향이 있어야만 ‘네, 여기 쭉 있었습니다’ 라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는 아닌데요’ 라고 반박하겠지요. 그런데도 누군가가 ‘너 맞잖아! 아니라도 상관없어. 오늘부터 그렇게 살아!’ 라고 강요한다면?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억지로 떠밀린다면? 결국 ‘생각해 보니, 저… 맞는 것 같아요’라는 고백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강요를 일삼는 위선적인 어른들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영리한 캐스팅이었습니다. 미남 배우이자 동성애자라고 알려졌던 장국영이 그 역할을 맡았으니까요. 그렇다면 감독은 그를 캐스팅할 때 이미 알고 선택한 것일까요, 아니면 몰랐던 것일까요?

Farewell My Concubine(1992)
Directed by Chen Kaige


Whether by choice or by force. Whether innate or acquired.


Are you familiar with director Chen Kaige’s film Farewell My Concubine? In this film, the term “Overlord” refers to Xiang Yu, the King of Chu, and his precious, breathtakingly beautiful consort is Yu Ji. The two deeply loved and cherished each other, but ultimately, they faced downfall as they became surrounded by the Han army. Xiang Yu tried to send Yu Ji to safety first, but she chose to take her own life instead. Thus, the title Farewell My Concubine (覇王別姬) was given to signify the Overlord bidding farewell to Yu Ji.
The Han army employed a psychological tactic against the Chu soldiers by singing songs of their homeland, gradually breaking their morale. In the end, after a long and grueling war, the Chu army completely lost their will to fight. The reason was simple—they didn’t care about war anymore; they just wanted to go home. This situation, where the Chu soldiers were mentally crushed by the songs echoing from all sides, gave rise to the phrase "besieged on all sides" (四面楚歌).

But I digress.

Whether by choice or by force, there are two ways in which a homosexual person comes out socially. One is a voluntary declaration—"I am here"—a self-initiated coming out. The other is an involuntary outing—"Oh, you are here"—where others impose the label upon them.
In any case, even if it is forced, there must be some truth to it for the person to eventually acknowledge, “Yes, I have always been here.” But what if that’s not the case? What if they say, “No, that’s not me”? And yet, someone insists, “Yes, you are! It doesn’t matter if you weren’t before. From today, you will be.” Then, the same thing is repeated tomorrow, and the day after, until eventually, they are pushed to the point of confessing, “Now that I think about it… maybe I am.”
This film captures the hypocrisy of adults who continuously impose such identities upon others.
It was a clever casting choice. After all, Leslie Cheung, the handsome actor who played the role, was known to be homosexual. So, did the director know this when he cast him, or was it just a coinc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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